<송년시> 除 夜의 종 소 리 /최 봉 호
남천강은 잘 흐르고 있을까
빙판에 발목이 잡혀 폭설에 갇혀
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는 아닌지
돼지국밥에 억센 사투리를 말아먹던
타관은 제 고향을 찾아갔을까
소주잔 가득가득 절망을 따르던
그 소녀는 희망을 찾았는지
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하고 방황하던
바람은 텅 빈 거리에서 벗어났을까
자물쇠 바꿔가며 마음 닫아걸던
그 여인의 팔자는 문이 활짝 열렸는지
세월은 강물같이 흘러가도
추억은 앙금처럼 가슴속으로 고이는데
미처 못다한 말
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를 싣고
누군가 지금 나의 곁을 떠나고 있다.
너는 누구냐?
사랑도 없이 미련도 없이
빈손 휘적휘적 내저으며
휘파람소리로 사라지고 있는 너,
너는 나에게 누구이더냐
알 수 없는 의문과 분노가
뜨거운 피눈물로 끓어올라
제야의 종소리로 울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