입동 저녁
<이성선>
벌레소리 고이던 나무 허리가 움푹 패였다 잎 없는 능선도 낮아져 그 아래
눕는다 가지 하나가 팔을 벌여 내
집을 두드린다 나무가 하늘에
기대어 우는 듯하다 나는 아무
대답도 못하고 바라만 본다 저문
시간이 고개 숙이고 마을을 서성거리고 그의 머리 위로 별이 벼꽃처럼
드물다 낡은 문 창에 달빛이
조금씩 줄어든다 달 내리는 소리가
마당을 지나 헛간에 머문다 누군가
떠나고 난 자리가 세상보다 크고 깊다
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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